7 min read

유저 인터뷰 팁: 숨기세요, 내가 듣고 싶은 답변.

사람들은 상대에게 나이스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유저 인터뷰 팁: 숨기세요, 내가 듣고 싶은 답변.

얼마 전에 한 플랫폼 스타트업의 타겟 세그먼트 인터뷰에 참여(인터뷰이로서)했다가 '헉'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마자 정성조사에서 금기시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저는 두 개의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민우님 같은 ○○○들이 ◇◇◇를 할 니즈가 있다는 가설이고, 두 번째는 민우님 같은 ○○○들이 ◇◇◇를 하기 위해 △△△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고자 할 거라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줍니다.

참가자에게 인터뷰의 목적을 설명하는 것은 예의상 필요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참가자 입장에서는 내가 왜 여기서 시간을 써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 사례에서처럼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고, 이 생각이 맞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를 한다'라고 말하는 건 이후에 참가자가 하는 답변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인터뷰에 쏟는 시간이 전부 무위로 돌아갈 수 있는 거죠.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상대에게 나이스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상대를 실망시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인터뷰에 참여할 정도라면 기본적으로 인터뷰어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들은 참가자들은 인터뷰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게 됩니다. 상대를 실망시키는 건 감정적으로 부담되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인터뷰어가 실망하지 않게끔 최대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말하게 되는 거죠. 이 점을 알고 있는 저조차도 인터뷰를 하면서 플랫폼의 전망에 관해 몇 마디 희망적인 발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나의 의도 숨기기

인터뷰어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첫 번째, 가장 좋은 방법은 굳이 인터뷰의 목적을 밝히지 않고 시작하는 겁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인터뷰 주제와 연결된 스몰토크를 하면서 라포를 형성하고, 그러다가 은근슬쩍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들을 시작하는 겁니다. (목적은 참가자 모집할 때 이미 설명했을 거잖아요? 😉)

아직 첫 번째 방법이 어려운 분들, 참가자에게 인터뷰의 목적을 설명해야 마음이 편한 분들이라면 두 번째로 이런 방법을 써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의 목적은 설명하되, 내가 원하는 게 뭔지는 드러내지 않는 겁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저는 ○○○라는 가설을 확인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하지 말고, '이번 인터뷰에서는 ○○님 같은 분들이 기존에 △△△를 어떻게 하셨는지, △△△를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요' 같은 식으로 말하는 거죠. 이렇게만 해도 참가자의 답변을 한 쪽으로 유도할 위험은 많이 줄어듭니다.

인터뷰의 목적: 내 생각을 입증하기 vs. 유저를 탐구하고 이해하기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인터뷰는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거나 확인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고객을 탐구하고 이해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타겟 유저들이 우리 플랫폼에 수요가 있다는 생각을 입증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런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듣고 싶은 답이 나올 때까지, 워딩을 바꾸든 질문의 각도를 바꾸든 끈질기게 내가 원하는 답을 할 때까지 참가자를 괴롭히게 됩니다. ('나는 똑똑하니까 안 그럴 거야'라고 자신하는 분일수록 그렇게 행동합니다.) 참가자들도 인터뷰어의 태도를 눈치채서 듣고 싶은 말을 하게 되구요.

인터뷰를 할 때는 내 생각은 잠시 접어두세요. 눈앞에 앉아있는 유저/고객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데만 집중하세요. 그 사람이 내 머릿속 가설에 들어맞는지 확인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결정을 했는지 알아내려고 애쓰세요. 이 태도만 잘 지켜도 인터뷰는 훨씬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안내: 프로덕트 조직과 개인을 위한 코칭

프로덕트 조직, 혹은 개인(제품 리더, PM, PO 등)을 대상으로 한 코칭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래 이야기들이 내 얘기로 느껴지는 분들께 도움을 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된 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 제품에서 해야 할 일들은 쏟아지는데,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면 좋을지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명확한 방향성이 없이 그때 그때 급한 일을 쳐내는 식으로 일하고 있다.
  •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지표를 봐야 좋을지 모르겠다.
  • 조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하나를 택하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명확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리더로서 자신감이 떨어진다.
  • 제품 조직과 다른 부서 간 의견 차이와 갈등이 있다. 다른 조직의 입김 때문에 제품 조직이 꼭 필요한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코칭 및 컨설팅 안내
개인 코칭: 프로덕트 리더 개인 코칭: 프로덕트 리더프로덕트 조직 리더들을 위한 코칭을 제공합니다.Thinker-Practitioner김민우 / Minwoo Kim 팀 코칭: 프로덕트 조직 코칭/컨설팅 프로덕트 조직 코칭/컨설팅프로덕트 조직을 위한 코칭, 컨설팅을 제공합니다.Thinker-Practitioner김민우 / Minwoo Kim About Me *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그로스(growth), 데이터 분석, 조직 운영 등의 일을 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