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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인터뷰 팁: 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시작하세요.

"일단 참가자가 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시작하세요." / "답하기 쉬운 질문이 뭔가요?"
유저 인터뷰 팁: 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시작하세요.

유저 인터뷰를 처음 하는 분들이 겪는 수많은 어려움 중 하나는, 궁금한 것은 많은데 무엇부터 어떤 순서로 질문하면 좋을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런 분들을 코칭할 때 저는 말씀드립니다. "일단 참가자가 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시작하세요." 그러면 이런 질문이 돌아옵니다. "답하기 쉬운 질문이 뭔가요?"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벤저민 블룸(Benjamin Bloom)은 인간의 인지 영역을 다음과 같이 여섯 종류로 분류했습니다.

Bloom’s taxonomy | education
Bloom’s taxonomy,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developed in the 1950s by the American educational psychologist Benjamin Bloom, which fostered a common vocabulary for thinking about learning goals. Bloom’s taxonomy engendered a way to align educational goals, curricula, and assessments that a…
  1. 지식(knowledge): 인식하고, 외우고, 기억해 내기
  2. 이해(comprehension): 이해하고, 해석하고, 묘사하기
  3. 적용(application):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을 새로운 곳에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4. 분석(analysis): 정보를 구성 요소로 쪼개고, 각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고, 원인을 파악하고, 추론하기
  5. 종합(synthesis): 다양한 요소들로부터 하나의 패턴 또는 구조를 만들어내기
  6. 평가(evaluation): 판단 기준에 의거해서 정보, 생각, 작업물 등을 평가하기

블룸은 지식 → 이해 → 적용 → 분석 → 종합 → 평가로 갈수록 점점 더 높은 수준의 인지적 활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Bloom's Taxonomy of the cognitive domains라고 부르는데, 이 개념을 인터뷰 질문 설계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단계가 높은 영역(평가, 종합, 분석 등)의 질문은 참가자가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인지 부하가 많이 걸리는 질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 "○○○와 ◇◇◇와 △△△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무엇이 가장 덜 중요한가요? 우선순위 등수를 매겨 본다면?"
  • "이 제품이 ○○님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제품이 되려면 어느 부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단계가 낮은 영역(기억)의 질문은 참가자가 비교적 쉽게 답할 수 있는, 인지 부하가 적게 걸리는 질문입니다. 다음과 같이 기억(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을 떠올리게 만드는 질문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최근에 언제 ○○○ 제품을 이용하셨나요?
  • 그때 ○○ 님은 어디에, 누구와 함께 있었나요?
  • ○○○ 제품으로 무엇을 하셨나요? 어떻게 하셨나요?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에서는 단순 사실을 기억해서 답하면 되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최근의 경험을 물어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우리 제품을 최근에 언제 사용했는지 (혹은 최근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험을 했던 때는 언제인지), 그때는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있었고, 어떻게 우리 제품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뭘 했는지 등등... 이렇게 '기억'만 하면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면 인터뷰 참가자들은 어렵지 않게 구체적인 답변을 술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후속 질문의 실마리들이 나오고요. 최근 기억을 상기시켜서 참가자들을 인지적으로 워밍업시킨 다음에는 조금씩 더 어려운(비교, 판단, 종합 등) 질문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가장 나쁜 인터뷰 패턴 중 하나가 인터뷰 초반에 "저희 제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는 "저희 제품에 만족도가 어느 정도 되시나요?"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인터뷰 코칭을 할 때든, 아니면 인터뷰이로서 참여할 때든 이런 패턴을 정말 많이 봐 왔는데요. Bloom's Taxonomy에 따르면 이건 평가(evaluation)에 해당하는, 참가자에게 인지적으로 부하가 많이 걸리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면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 어려울 뿐더러, 참가자들이 구체적인 기억을 상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답하기 위해 '썰'을 풀게 되기 마련이므로 솔직한 답변을 얻기도 어렵습니다. 인터뷰 초반에는 지양해야 하는 질문들입니다.

유저 인터뷰는 그냥 궁금한 걸 물어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인터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인터뷰를 하지 않고 상상에만 의존해서 제품을 만드는 데 비하면) 멋진 일이긴 하지만, 인터뷰 설계 방법을 잘 알고 적용하면 유저들에게서 더 구체적이고 솔직한 답변을 듣고, 더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인터뷰를 할 때는 '최근의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질문'으로 시작해보세요. 참가자들의 답변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걸 경험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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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품에서 해야 할 일들은 쏟아지는데,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면 좋을지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명확한 방향성이 없이 그때 그때 급한 일을 쳐내는 식으로 일하고 있다.
  •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지표를 봐야 좋을지 모르겠다.
  • 조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하나를 택하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명확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리더로서 자신감이 떨어진다.
  • 제품 조직과 다른 부서 간 의견 차이와 갈등이 있다. 다른 조직의 입김 때문에 제품 조직이 꼭 필요한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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