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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프로토타이핑

팀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빠른 결정을 해야 할 때 (즉, 대부분의 의사결정에서) 효과적인 접근법
의사결정 프로토타이핑
Photo by Sebastien Bonneval / Unsplash

멘탈모델, 개념, 접근법, 원칙 시리즈의 글입니다.

일하며 배우고 써먹은 멘탈모델, 개념, 접근법, 원칙들
그동안 제가 일을 하면서 배우고 활용해 온 멘탈모델, 개념, 접근법, 원칙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현재까지 쓴 글들 의사결정 *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해 먼저 결정해야 할 것들 * 의사결정 프로토타이핑: 팀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빠른 결정을 해야 할 때 (즉, 대부분의 의사결정에서) 효과적인 접근법 앞으로 쓸 글들 (후보)

일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의사결정을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조직의 OKR을 설정하거나, 제품 로드맵을 만들거나, 제품의 가격 구조를 변경하는 등등... 조직의 시간과 자원을 어디에 쓸지 정하고, 한 가지를 하기로 함으로써 다른 무언가는 포기하는 (다른 말로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결정들, 또는 제프 베조스가 이야기한 'Type 1 Decision'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의사결정은 리더가 단독으로 하기 어렵고, 조직 내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해 먼저 결정해야 할 것들
멘탈모델, 개념, 접근법, 원칙 시리즈의 글입니다. 일하며 배우고 써먹은 멘탈모델, 개념, 접근법, 원칙들그동안 제가 일을 하면서 배우고 활용해 온 멘탈모델, 개념, 접근법, 원칙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현재까지 쓴 글들 의사결정 *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해 먼저 결정해야 할 것들 앞으로 쓸 글들 (후보) 의사결정 데이터가 없는데도
의견 수렴을 할 때 염두에 두면 좋을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의견 수렴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하나는 결정권자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할 때보다 더 좋은 결정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는 조직 내 구성원들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하고,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맹점을 찾아냄으로써 가능해집니다. 다른 하나는 조직 구성원들의 buy-in을 얻는 것입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일수록 팀의 헌신과 전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저 사람이 혼자 내린 결정'이 아닌 '내가 참여해서 내린 결정'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팀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견 수렴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면 팀의 속도를 희생하게 됩니다. 가령 팀을 회의실에 모아 놓고 '이번 분기 OKR은 어떻게 할까요?' 하는 질문을 던지면 결과는 둘 중 하나가 되기 십상입니다. 제각기 다른 방향의 의견을 내느라 초점이 하나로 모이지 않거나, 아니면 크고 어려운 주제에 다들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정적만 흐르거나. 그만큼 결정은 늦어지게 됩니다.

의사결정에서는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속도 역시 중요합니다. 의사결정의 속도가 곧 팀의 속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의사결정이 1주일씩 늦어지는 상황이 열 번 반복되면, 한 분기가 날아가는 셈입니다.

이런 어려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는 데 유용한 접근법이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입니다. 리더가 먼저 초안을 빠르게 내 놓고, 거기에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막막하고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때와 달리,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프로토타입이 있으면 구성원들은 더 쉽게 의견을 내거나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을 빠르게 수집할 수 있는 만큼 의사결정의 완성도 역시 빠르게 높일 수 있습니다. 프로덕트를 만들 때 프로토타이핑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실리콘 밸리 CEO 코치인 Matt Mochary는 책 "The Great CEO Within"에서 이런 초안을 straw man(허수아비)이라고 부르고, 대부분의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이 접근법이 효과적이라고 가르칩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리더가 구성원들 앞에 불완전한 초안을 내놓고 얻어맞을 용기를 내는 것입니다. 아직 구성원들의 의견과 관점을 수렴하기 전이기 때문에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는 초안을 내놓는 것도, 그 초안에 던져지는 비판과 의문을 수용하는 것도 모두 어느 정도는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나의 에고(ego)를 지키는 것'보다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P.S. 만약 결정권자가 이런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그래서 회의실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시간만 죽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는 구성원 중 누군가가 자진해서 의사결정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제안하고, 논의를 촉진하고, 좋은 결정이 이뤄지도록 만들면 됩니다. 이런 책임을 자진해서 맡는 사람은 (명함에 적힌 직급이나 직함과 상관 없이)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