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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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사회로 막 발을 내디디던 그때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것들
11년 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Photo by Andrew Dunstan / Unsplash

2010년 9월의 김민우 씨에게.

당신은 이제 막 사회로 발을 내디디려 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뤄낸 건 아무 것도 없지만, 그렇기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죠. 아직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던, 가진 것은 가능성 뿐이던 그때가 가끔 그립습니다.

11년이 지나 돌이켜 보면 뭔가 이룬 것 같기도 하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기도 하네요. 당신이 원하던 미래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으면서 살고 있답니다.

그때도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것들을 편지에 담아서 보냅니다. 사실 지금의 저도 이것들을 잘 실천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미리 알아 둔다면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1. 학교에서 성공하던 기억은 잊으세요.

학교에서 성공하던 기억, 시험을 잘 보고 좋은 학점을 받던 기억은 잊으세요. 사회는 학교와는 전혀 다른 문법으로 돌아갑니다.

학교에서는 순전히 개인 플레이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강의 내용을 잘 기억했다가 문제를 풀면 되는 시험은 말할 것도 없고, 팀프로젝트를 할 때도 진짜 협력이라기보다는 개인플레이의 합으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죠. 애초에 팀프로젝트는 변별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점수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사회에서는 결코 혼자 힘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주변 사람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죠.

그리고 큰 성공은 운과 시기도 잘 맞아야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면서 운과 시기의 중요성을 알게 될 거예요. 뭔가 특별히 하지 않더라도 순풍에 돛 단 것처럼 성장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치더라도 앞으로 나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순풍을 탈 수 있을지, 어떻게 운과 시기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보세요.

사회에 나와서도 학교에서 성공하던 방식에 매달린다면 아마 한참동안 괴로워질 겁니다. 최대한 빨리 그 기억에서 벗어나세요. 사회의 문법을 익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세요.

2. 공부한 것을 공유하세요. 공개적으로 글을 쓰세요.

공부를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니만큼 사회에 나와서도 많은 공부를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그랬듯이, 공부한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많이 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공유하면서 당신 자신도 더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구요.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마세요. 당신이 공부한 내용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분명히 청중은 존재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되도록 많은 사람 앞에 공유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세요. 글을 쓰는 것은 힘든 일이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쓴 글들이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줄 겁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공개적으로 글을 쓰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두려울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런 마음조차 글로 쓰세요. 생각지 못했던 사람들과 연결되고, 그 연결이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테니까요.

3. 항상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세요.  

일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싶나요? 회사에서 큰 책임(accountability)을 맡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입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장 큰 책임을 맡고, 거기서 성과를 내고, 조금 더 큰 책임을 맡고... 그렇게 스스로를 스트레치 하면서 일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성장해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큰 책임을 맡으려면 항상 그 회사가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세요. 회사가 성장하는 게 곧 내가 성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회사가 잘 되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손발에 흙 묻히는 일도 가리지 말고 하세요. 기회와 책임은 그런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가능하면 스톡옵션을 받고, 회사의 주식도 보유하면 더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게 될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반대급부가 따릅니다. 내 회사라고 생각하던 곳이 사실은 내 회사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 올 거예요. 회사에 헌신한 만큼 회사로부터 충분한 대가를 돌려받지 못하기도 할 것이구요. 오히려 '그렇게까지 헌신했는데, 돌아오는 건 이런 거라니' 하고 배신감을 느낄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 회사가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헌신하되, 동시에 그 회사는 내 회사가 아니라는 생각도 갖고 있으세요. 상처를 받기도 하고, 왜 미련하게 헌신했을까 후회가 들기도 하겠지만, 그러면서 분명히 얻는 것들(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는 아니고, 몇 년은 지나 돌아오는 것들입니다)이 있을 겁니다.

4. 커뮤니케이션을 배우세요.

저는 한참 동안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 = 논리적으로 내 생각을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상대방이 오해 없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사회에 나와서 몇 년 동안은 그걸로 충분할 겁니다. 논리적으로 말 잘한다는 칭찬을 받기도 할 거구요. 그런데, 오래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될 겁니다. 논리적 말하기가 커뮤니케이션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오히려 지금까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이를 테면 이런 것들입니다.

  •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하기.
  •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기.
  •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예상하기.
  • 상대방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하기.
  • '맞는 말'을 하기보다는 '일이 되게끔' 말하기.
  • 내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도움을 구하기.

안타깝게도 학교에서는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지 않지만, 잘 찾아 보면 공부할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비폭력대화"나 "결정적 순간의 대화" 같은 책들을 찾아서 읽으세요.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에서 연습해 보세요.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마다, 직장 동료들과 얘기할 때마다 실천하다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상호작용하는 패턴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지식과 기술, 논리적 글쓰기와 말하기 같은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면 주변 사람들과 충분히 협력하지 못하고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세요. 앞으로 10년 넘게 저지르게 될 실수들과 그로 인해 하게 될 후회들을 예방하실 수 있을 거예요.

5. 내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법을 익히세요.

아직 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일은 지식과 기술, 논리로 하는 것이고, 감정은 별로 개입될 여지가 없을 거야' 하고 믿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껏 이런 저런 조직에 속해서 일을 해 보니, 그게 그렇지 않더라구요. 오히려 일을 하면서 별의 별 감정을 다 느끼게 됩니다. 특히 매니저 혹은 리더 역할을 하게 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람을 채용하고, 관리하고, 이끌고, 따르면서 마주치는 모든 상황에서 감정이 생겨납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두려움을 느끼고, 리더 역할을 하면서는 구성원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과 함께 외로움을 느끼고, 동료들과 갈등을 겪을 때면 서운하다는 감정이 들기도 하고, 혼란스러울 때도 많을 거고, 화가 나거나 억울할 때도 있을 겁니다. 사람들과 인터랙션을 할 때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을 느끼게 될 텐데, 보통은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될 거예요.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저지르는 가장 나쁜 실수는, 내 감정의 정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마음속으로는 감정을 억압하려고 들고, 겉으로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됩니다. 갈등을 겪을 때면 상대방의 허점이나 잘못을 지적하고,  논쟁하려고 들고, 어떤 식으로든 우위에 서려는 말과 행동을 한다든지. 아니면 입을 다물고 회피하려고 하거나, 마음 속으로는 감정이 쌓이지만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한다든지. 혹은 두려움이나 외로움을 느낄 때면 나 자신을 더 몰아붙이는 식으로 행동한다든지. 그러다 보면 관계도 망치고, 나 자신의 마음 건강도 해치게 됩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법을 익힌다고 해서 꼭 긴 시간 명상을 하거나 마음수련을 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물론 하면 도움이 됩니다!) 어떤 방법을 쓰든 좋으니, 일단 어떤 자극이 왔을 때 내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 보세요. 살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를 떠올리면서, 내가 어떤 자극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런 자극이 왔을 때 잠깐 멈춰서 심호흡을 하고,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선택하세요.

특히 리더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런 능력은 중요해집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인터랙션하고, 더 high-stake인 상황에 처하게 되니까요.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한 번은 크게 미끄러지는 순간이 오게 됩니다.

6. 커리어 목표를 이룬다고 해도,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커리어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커리어 목표를 이룬다고 해도 별로 행복해지지는 않을 겁니다. 열심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행복을 위한 노력은 따로 하세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첫 5년 동안 가졌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는 것. 창업자들이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능력을 쌓고, 성과를 내서 인정 받고, 다른 이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런 바람이 현실로 이뤄지더라도,별로 행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공허한 느낌이 들겠죠. '이게 뭐라고 그렇게 간절히 원했을까' 하고요.

원했던 무엇인가를 손에 넣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일 수는 있지만, 행복은 뭔가를 손에 넣는 것과는 별개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가족과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소소한 시간들이 훨씬 더 행복에 큰 역할을 합니다. 성취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성취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행복을 위한 노력, 커리어와는 별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더 많이 알게 되고 눈높이가 높아질수록 실망과 불만족 역시 커지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열심히 공부하거나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한껏 높아진 눈높이를 현실 세계에서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히려 어느 회사를 가든 '여기는 왜 이렇게밖에 못하고 있지? 왜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공부하고 고민하지 않는 거지?' 하고 실망하기 십상입니다. 이것 역시 공부하고 고민하고 눈높이를 높이지 말라는 뜻으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모든 일에는 반대급부가 있다는 걸 알라는 뜻입니다.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것도 있는 게 인생이니까요.

7.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세요.

당신은 아직은 일에서 성취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큰 시기입니다. 하지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그런 성취와 인정이 별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자신이 일에서 행복을 찾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좋은 시간을 보낼 때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유한합니다. 부모님은 금방 나이가 들고, 돌아가시고, 병듭니다. 지금은 모두 젊고 건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친구들 중에도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혹은 내가 그렇게 될 수도 있구요.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인생이고, 예상치도 못하게 이별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예측할 수도, 막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러니 가족,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순간을 소중히 하세요. 되도록이면 살갑게 굴고, 더 자주 연락하고,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세요. 그래도 이별의 순간이 오면 후회는 남겠지만, 적어도 함께하는 동안은 즐거울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 이 편지를 마무리할 때가 됐습니다. 한참 잔소리를 늘어 놓았지만, 아마 이 편지를 읽는다고 해서 당신이 바뀌진 않을 겁니다.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렇고, 당신은 남이 뭐라고 해서 바뀌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살면서 직접 경험하고, 실수하고 깨지면서 배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죠. 그래도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1. 학교에서 성공하던 기억은 잊고, 사회의 문법을 익히고 적응하세요.
  2. 공부한 것을 공유하세요. 공개적으로 글을 쓰세요.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겁니다.
  3. 더 큰 책임을 맡고 성장하기 위해, 항상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세요. 결국 실망하고 상처받기도 하겠지만, 얻는 것은 분명히 큽니다.  
  4. 커뮤니케이션을 배우세요. 논리적 말하기보다 중요한 것들이 커뮤니케이션에는 많습니다.
  5. 내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법을 익히세요. 그렇지 못하면 한 번은 크게 미끄러지게 됩니다.
  6. 커리어 목표를 이룬다고 해도,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행복하고 싶다면 다른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세요.
  7. 이별은 예상치 못한 때 찾아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