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과적 회의 패턴 5가지 + 그 원인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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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과적 회의 패턴 5가지 + 그 원인 3가지

회의 못하는 조직은 비단 회의만 문제가 아닙니다.
비효과적 회의 패턴 5가지 + 그 원인 3가지

이번 주 뉴스레터에서는 회의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회의 컨텐츠에 저도 한 스푼 보태려구요😋. '회의 아젠다를 미리 준비해서 공유한다', '적정한 인원만 회의에 참여한다' 같은 기본적인 내용은 다들 알고 계실 테니, 조금 다른 얘기들을 해 보려고 합니다.

  1. 비효과적 회의 패턴 5가지
  2. 비효과적 회의를 하게 되는 원인(가설) 3가지
  3. 우리 조직이 비효과적 패턴을 반복할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비효과적 회의 패턴들

패턴 1) 준비 없이 '아이디에이션' 하자고 모이는 회의

만성적으로 아이디어가 부족한 팀에서 나오는 패턴입니다. 팀장이 아이디에이션 회의를 주최합니다. '이러이런 걸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 보자' 정도만 사전에 공지합니다. 팀원들은 별 준비('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아이디어 내겠지!') 없이 회의에 들어갑니다.

주최자가 '아이디어를 내 주세요' 하고 회의를 시작합니다. 참여자들은 아이디어는 내지 않고, 뭐라도 하는 척을 하기 위해 각자 노트북 화면만 쳐다 봅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침묵을 깨고 아이디어를 냅니다. 별로 영양가 없는 아이디어인데도,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든 거기에 동조해서 아이디어를 보탭니다. '그 아이디어에 이런 것도 추가로 해 보면 좋겠네요'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중요치 않은 아이디어에 하찮은 아이디어들이 보태집니다.

막상 회의를 마무리할 때가 되면, 쓸 만한 아이디어가 없습니다. 그러니 회의 후 실행으로 옮겨지는 아이디어가 없습니다. 모두의 시간이 버려졌을 뿐입니다.

패턴 2) 곁가지 얘기로 빠져드는 회의

A라는 안건에 대해 논의하기로 모인 자리에서 갑자기 B라는 안건이 나옵니다. 누군가 B에 꽂혀서 대화를 그쪽으로 이끌어갑니다. 다른 사람들이 한 마디씩 B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탭니다. A 안건은 잊혀지고, B에 대한 아이디어를 막 던지는 시간이 됩니다. 결국 A에 대해서도 B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회의가 끝납니다.

패턴 3) 1인이 방송 분량을 독점하는 회의

주최자가 방송 분량을 독점하는 경우: 주최자의 브리핑으로 회의를 시작합니다. 요점만 간략하게 전달하기보다는 주최자 본인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드러내는 데 시간을 할애합니다. 내가 이런 데이터도 봤고, 저런 데이터도 봤다. 데이터에는 이런 내용들이 있었다. 이런 것도 고려해 봤고, 저런 것도 조사해 봤다 등등... 논의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인데, 잘못 만든 프리젠테이션을 보는 것 같은 자리가 됩니다. 참가자들은 하나둘씩 딴 생각을 하거나, 노트북을 보며 자기 할 일을 합니다.

리더가 방송 분량을 독점하는 경우: 회의를 하다가 리더가 평소에 팀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불만을 길게 얘기합니다. 혹은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길게 얘기합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마쳤으면 입을 닫아야 하는데,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갑니다. 말이 길어지면서 중언부언,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참여자들은 교무실에 혼나러 온 중학생처럼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않습니다.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리더 혼자 일장연설 하는 시간이 됩니다.  

패턴 4) 후속 조치 계획 없이 끝나는 회의

회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렇게 한 번 해 보자. 저렇게도 한 번 해 보자. 여러 가지 제안이 나옵니다. 하지만 후속 조치 계획(아이디어 중 우선순위를 정하고, 누가 어떤 아이템을 담당해서 언제까지 수행할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업무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 할지... 등등) 없이 회의를 마칩니다. 'OOO를 했으면 좋겠다' 같이 권고도 아니고 지시도 아닌 애매한 말을 주고 받으며 회의가 끝납니다.

누구도 명확하게 지시하지 않았고, 누구도 내가 이걸 언제까지 하겠다고 공언한 적이 없으니,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은 채 1~2주가 흘러갑니다. 다음 회의에도 똑같은 안건이 올라옵니다. '어 이거 저번 회의 때 얘기한 거 아닌가요? 그동안 진행이 안 되고 있었네요' 같은 말을 하지만, 여전히 일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몇 달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패턴 5) 책임지고 의사결정 하는 사람이 없는 회의

여러 팀이 참여하는 회의, 또는 팀장 + 상위 의사결정권자 + 더 상위 의사결정권자(예를 들면 프로덕트 매니저 리드 + CPO + CEO)가 모두 참여하는 회의에서 주로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안건에 관해 열띤 논의 끝에 몇 가지 방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 방안이 완전히 우위를 점하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여러 방안 중 하나를 택해서 실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서로 눈치만 봅니다. 프로덕트 리드는 CPO를 쳐다보고, CPO는 CEO를 쳐다보고, CEO는 프로덕트 리드를 쳐다보고... 누구도 한 가지를 택함으로써 다른 것들을 포기하는 용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한 사람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우면 누군가 의사결정 방식을 제안(예: 투표를 해 보자든지, 실무 담당자가 결정하도록 하자든지, 만장일치제를 하자든지 등)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아무도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좀 더 논의해 보자' 하고 아무 결정을 못 내리고 회의가 끝납니다. 더 나쁜 경우에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면서 회의가 끝납니다. 프로덕트 리드는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는데, CEO는 '프로덕트 리드가 결정해서 실행하기로 했다'라고 생각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프로덕트 리드는 '다음 회의에 다시 의논하겠거니, CPO나 대표가 결정해 주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CEO는 다음 회의에서 '왜 지금까지 아무 것도 진행 된 게 없냐' 하고 팀을 질책합니다.

비효과적 회의가 반복되는 원인

비효과적인 회의를 반복하는 건 누구 한 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회의 주최자, 진행자, 참여자들이 공모를 해서 그렇게 되는 거죠.

비효과적인 회의를 매번 반복하는 조직에는 다음과 같은 특성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원인이라고 단정짓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가설들입니다.  

가설 1) 일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지지 못한 조직

일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진 조직에서는 적어도 비효과적인 회의가 반복되지는 않습니다. 기준이 높은 조직은 보통 회의를 잘하기 위한 고민도 많이 하니까요. 그런 조직은 회의가 구성원들의 시간을 많이 사용하는 업무 방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시간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더 효과적인 아이디에이션 방법을 학습하고, 의사결정 구조와 방식을 고민하고, 회의 시간에 목적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배워서 시도합니다.  

반면 일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지지 못한 조직은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기보다는 늘 하던 대로 일하곤 합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말을 하다 보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시간은 지나가니까, 그걸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의 주최자가 미리 회의 목표와 아젠다를 참여자들에게 공유한다든지, 참여자들은 미리 생각을 정리해 온다든지 하는 기본적인 것도 실천하지 않습니다.

사실 일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지지 못한 조직은 회의에서만 비효과적인 패턴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회의만큼 중요한 일을 제대로 안 챙기는 조직이 다른 일을 잘 챙길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겠죠. 이런 조직은 채용, 사업계획 수립, 데이터 활용, 고객 대응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업무 곳곳에서 문제를 보입니다.

가설 2) 심리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조직

Amy Edmondson은 팀의 심리적 안전(team psychological safety)을 “a shared belief held by members of a team that the team is safe for interpersonal risk taking"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리스크 테이킹이란 뭘까요?

  •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질문하기
  •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
  • 효과적이지 않게 일하는 사람에게 피드백(developmental feedback)하기

이런 것들이 리스크 테이킹에 해당합니다. 질문, 반대 의견, 피드백은 어찌 보면 관계가 나빠질 위험이 있는 행동입니다. 말 그대로 interpersonal(사람 사이에서) risk taking(위험 무릅쓰기)인 셈이죠.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비난받거나, 모욕을 당하거나, 혼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는 조직은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입니다. 다시 말해 구성원들이 (리더를 포함해서) 서로 건강한 챌린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가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참고로, 심리적 안전은 구성원들의 마음이 편안(comfort)한 것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리스크 테이킹을 하기 위해 약간의 불편을 무릅쓰는 환경에 가깝습니다)

심리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조직에서는 회의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의 주최자가 준비를 안 해도, 리더가 회의 분량을 독점하면서 일장연설을 해도, 원래 회의 목적과 무관한 곁가지 주제로 빠져서 이야기꽃을 피워도 지적하지 못하는 거죠. 괜히 나섰다가 사이가 나빠질까봐, 혹은 묵살당하거나 혼날까봐... 가만히 있게 됩니다.

이런 조직 역시 회의에서만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심리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조직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별의 별 황당한 일들이 다 일어납니다. 누군가 (특히 리더가) 효과적이지 않게 일하고 있거나 잘못을 저질러도 쉬쉬하고 넘어간다든지, 분명히 어디선가 업무가 어긋났는데 아무도 지적하지 않아서 사고가 난다든지 등등...  이런 조직에서 회의는 그저 문제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가설 3) 협력적 문제 해결 역량이 부족한 조직

조직을 꾸리고 회사를 만드는 것은 개인이 혼자 풀기 어려운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부서를 나눠서 분업하기', 그리고 '리더의 지시를 팀원들이 이행하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조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단순한 문제라면 분업과 지시 이행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겠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구성원들이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 목표를 설정하고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스텝들을 거치면 좋을지 정하고
  • 문제를 정의하고
  • 각자의 관점에서 문제 해결안을 제시하고  
  • 의사결정 방식을 합의하고
  • 토론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종합해서 결정하고
  • 우선순위를 정하고
  • 실행 계획을 세우고
  • 실행하며 중간 중간 필요한 점검을 하고
  • 필요하면 중간에 경로 수정을 하고
  • 실행을 마친 뒤 결과를 리뷰하고, 회고하고, 후속 조치 계획을 세우는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이 전부 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서는 그런 천재 한 명이 모든 걸 해 주길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고려해서 완벽한 계획을 세울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조직이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협력적 문제 해결 역량이 부족한 팀은 회의도 비효과적으로 하기 마련입니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참여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효능감을 느낀 경험이 없기 때문에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회의가 협력적 문제 해결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기 마련입니다. '회의는 진행자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든지, '리더가 지시하는 것들을 받아 적는 자리'라는 식의 무기력한 마음가짐으로 회의에 참여합니다. 리더들은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못하냐'라고 팀을 질책할 뿐, 팀이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합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비효과적인 회의는 비단 회의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이 정리되네요. 그냥 일 못하는 팀이 회의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조직이 비효과적인 회의를 하고 있다면?

만약 우리 조직이 이런 회의 패턴에 빠져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회사는 드럽게 일 못하는 회사야 흑흑' 하면서 좌절하고 다른 회사를 찾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빠른 포기가 현명할 수 있으니까요.

빨리 포기하기 아쉬운 사람이라면 Martin Fowler가 얘기했던 것처럼 '조직을 바꾸기'(=이직하기) 전에 먼저 '조직을 바꾸기'(=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를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과거에 이런 것들을 시도해 봤습니다.

  • 내가 회의 주최자/진행자가 되었을 때, 모범을 보인다. 회의의 목적은 무엇인지, 회의에서 어떤 결과물을 얻으려고 하는지, 참여자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며 참여자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회의 전에 미리 공유한다. 퍼실리테이션 방법을 고민하고 공부해서 시도해 본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할지 명확한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회의를 마치지 않는다.  
  • 내가 회의 주최자/진행자가 아니더라도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자처한다. 회의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손을 들고 질문을 하거나, 지적을 하거나, 다른 진행 방식을 제안한다. (참고: 절차적 회의 행동)
  • 회의가 끝날 때 회고를 해 보자고 제안한다. 오늘 회의가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어떤 점이 효과적이었는지, 어떤 점이 비효과적이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개선해 볼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눠 보자고 제안한다.

물론 이런 것들이 조직이 가진 모든 문제(일에 대한 기준이 낮음, 심리적으로 안전하지 않음, 협력적 문제해결 역량이 부족함 등)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변화는 작은 데서 시작할 수도 있으니까, 한 번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번 주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자 여러분이 회의에서 경험한 나쁜 패턴, 그리고 그 패턴을 해결하기 위해 했던 시도에 관해서도 듣고 싶네요!